박노해 - 참 착한 사람

이런 저런 이야기 2011. 4. 28. 18:28

[ 참 착한 사람 ]

너무 착한 사람을 좋아하지 마라.

그는 길들여진 자일 가능성이 크다.

아닌 건 아니다 라고 말할 줄 모르고,

언제나 아름다운 말을 하는 사람.

긍정마인드로 누구나 칭찬하면서,

고래도 상어도 춤추게 하는 사람.

그는 비지니스맨이나 정치가일 수는 있어도,

영혼이 살아 있는 인간이 아니다.

세상엔 옮음도 틀림도 없고,

다만 다름이 있을 뿐이라며,

진리의 등뼈도 양심의 모서리도,

매끄럽게 닳아버린 사람.

그의 열린 듯한 자기 중심주의는,

엄연한 기득권 세력을 강화시킨다.

이대로 가면 세계가 더 좋아질 거라고 믿는다면,

우리 모두 착하게 잘 적응해내자.

아니라면, 불화하고 탈주하고 저항하자.

그래도 나는 착한 사람이 좋다.

숨은 구조악의 실체를 직시하고,

불의에 맞서 기꺼이 상처받으며,

자신의 상처로 착한 세계를 꽃피워가는,

참 착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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