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데이, 그리고... 아버지

이런 저런 이야기 2005. 2. 14. 02:36

1993년 2월 14일 일요일 아침, 어느 한 대학교 앞 정문.

발렌타인데이라고 어떤 여학생이 초코렛과 꽃을 들고 애인을 기다리는 듯 합니다.

모두가 즐거운 발렌타인 데이인가 봅니다.

그 옆에는 한 젊은이가 추위에 떨면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작은아버지가빨리 오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지요.

그 청년은 작은아버지의 차에 올라타고서는

밀려나오는 눈물을 참을수가 없었습니다.

한 없이 한 없이 울었습니다.

......

간밤에 수리물리학 문제를 푸느라고 새벽까지 끙끙데다가

소파에 누워 잠시 잠을 청하려는데 실험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전에 자취하던 집 주인아저씨였습니다.

"아버지가 어제 돌아가셨단다. 빨리 집에 연락해봐라."

아버지의 선배이시기도 한 자취방 주인아저씨가 그 소식을 전하러

학교까지 찾아오셨던 것이었죠...

핸드폰도, 삐삐도 없던 시절이니 연락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

그리고 몇 시간 뒤... 그 청년은 상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2월 15일,

그 청년은 아버지의 관이 묻히는 것을 보며 그냥 한없이 한없이 울었습니다.

......

저의 이야기입니다. 발렌타인데이만 되면 생각이 나는 아버지...

그렇게 술을 좋아하시던 아버지도 자식들 취직해서 잘 될때까지는

함께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꿈을 가지고 계셨던 아버지...

결국은 자식들과의 그 꿈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시고 말았죠.

과학기술대 시험봤다가 떨어졌을 때 술 한잔 얼큰하게 하시고 오셔서

"내 자식이 떨어지면 누가 붙은 거야... 과기대에 확인해봐야 겠다"며 화를 내시면서도

"다른 대학 가서도 잘 하면 돼" 라는 격려를 해주셨던 아버지...

이제는 그 자식이 두 딸의 아빠가 되어 있습니다.

손녀들 얼굴 한번도 못보고 가신 아버지...

하늘나라에서 하늘이와 파란이를 지켜 보고 계시겠지요?

그리고 이못난 자식도 지켜 보고 계시겠지요?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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