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연탄 불구멍이 환하게 빛나면 나는 기분이 좋다
한 밤중에 연탄불을 갈고 열려있는 3개의 불구멍이 환하게 빛나고 있으면 나는 기분이 좋다. 우리 식구들이 오늘 밤에도 따뜻하게 잠 잘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서다.
연탄을 마지막으로 사용했던 것이 대학원 다닐 때 자취하는 방에서 였다. 거의 20년 만에 다시 연탄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도시에서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 살고 있다면 생각도 해볼 수 없는 난방방식이다. 하지만 시골에 터잡고 있다보니 연탄으로 방을 따뜻하게 할 수 있다.
우리가 지금 사는 집에 이사온 것이 2008년 7월인데 그때 전 주인이 심야전기보일러를 설치해 놓으셨다. 그 당시에는 심야전기 요금이 싸서 많은 집들이 심야전기로 난방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심야전기요금을 현실화 한다고 하면서 겨울철 심야전기요금을 올리면서 겨울동안의 전기요금이 40만원이 넘게 나오게 되었다. 심야전기 보일러 온수의 온도를 높이고 싶어도 전기요금 때문에 올리지 못하고 지내왔다. 지난 몇 년 동안 겨울에 낮동안 방을 따뜻하게 하면 저녁이 되면 온수통의 수온이 내려가 밤이면 추위에 떨어야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연탄보일러였다.
우선 보일러를 설치할 수 있는 보일러실을 만들어야 했다. 1평 정도 공간이면 될 것 같아 조립식 판넬을 이용한 보일러실을 지으려고 의뢰를 했는데 120만원을 달라고 했다. 재료비에 인건비 등이 들어간다고 해도 무슨 1평밖에 되지 않는 공간을 짓는데 120만원이나 들어가나 싶어 직접 재료를 사다가 만들었다. 집에 있던 C형강을 용접해서 판넬 올릴 자리를 만들고 50mm 판넬을 구입해 보일러실을 만들었다. 바닥은 시멘트 몰타르를 구입해 깔았다. 보일러실 만드는데 30만원이 들어갔다. 90만원을 절약한 셈이다.
3구 3탄 연탄보일러를 설치하는데 55만원이 들었다. 보일러 설치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면 보일러만 구해서 직접 설치해도 될텐데 내가 보일러를 설치해 본 경험이 없다보니 어쩔 수 없이 보일러 시공업체에 맡겨야만 했다. 연탄보일러로 심야보일러 온수를 50도 정도로 유지하도록 하고 방쪽으로도 온수가 흐르도록 해 놓았다. 지금은 방안의 온도가 거의 20도 정도를 유지하면서 바닥은 따뜻한 상태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사실 연탄보일러라고 해서 연료비가 싼 것만은 아니다. 한 장에 520원인 연탄을 하루에 12장씩 사용하기 때문에 하루에 6,240원, 한 달이면 187,200원이 들어간다. 보일러실 설치하고, 보일러 구입한 비용까지 계산해 본다면 결코 싼 난방비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와 비슷한 연료비가 들어간다고 해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이 어디인가. 그리고 연탄을 갈고 연탄재를 치우는 것이 조금은 귀찮기는 하지만 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은 귀찮음도 잊게 만든다.
시골에 살고 있으니 연탄으로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지만 도시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다. 도시가스(LNG)도 요금이 오를 기세이고, 곧 민영화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도시의 난방비도 걱정이 될 것 같다. 새롭게 설계되고 만들어진 도시에는 열병합발전소를 만들고 그곳에서 나오는 온수를 이용해 난방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 난방도 곧 민영화할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도시에서도 곧 난방 대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점쳐본다.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더 좋겠지만. 이 이야기는 아래의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의 64회 열 민영아 안사랑해 편을 들어보기 바랍니다.
그것은 알기 싫다. 64-열 민영아 안사랑해 : http://www.podbbang.com/ch/4975?e=21296698
겨울의 어원을 따져보면 '겨우 겨우 살아가는 때'라고 한다. 어쩌면 겨울은 추운게 재 맛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겨울이라고 꼭 춥게 '겨우 겨우' 살 필요가 있을까? 효율적으로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을 찾아 따뜻하고 편안하게 휴식을 하고 봄이 오면 활기차게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 밤에도 나는 연탄을 갈고 환하게 타고 있는 연탄불을 보면 기분이 좋을 것이다.
[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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