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채봉 에세이 - 11월에

글쓰기 자료 2012. 9. 26. 22:16

정채봉님이 1999년에 쓴 글이지 싶다. 1998년 11월, 암 선고를 받을 당시의 모습을 담담한 어조로  표현하고 있다. 그 때 나이가 53이었겠지?


암선고를 받는 상황을 이렇듯 담담하게 글로 옮기신 것을 보며, 혹시 '나라면 어떻게 할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 글을 쓰시면서도 자신의 삶을 정리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시려고 했던 것 같다.


아마도 하늘나라에서도 맑은 웃음을 지으며 글을 쓰고 계시지 않을까?


[새길]



● 성냥개비로 탑 쌓는 것마냥 나이가 불안스럽게 올라갈수록 점점 구체적으로 좋아지게 되었다.

● 화장 지우는 여인처럼 이파리를 떨구어 버리는 나무들

 텅 비어버린 들녘의 외딴 섬 같은 푸른 채전

● 가스 불꽃이 바람 부는 대로 일렁이는 포장마차에 앉아서 소주의 싸이한 진맛을 알게 하는 달

● 햇볕 속을 걸을 때 햇볕이 아지랑이 그물코처럼 출렁거리는 것 같았다.

● 반란군이 입성했습니까?

● 우리 데이트 하자

● 겨울에는 호주머니 속에 돌덩어리를 넣고 다니라고. 바람에 날아갈지 모르니까

● 나는 밤하늘에다 공허한 웃음소리를 날려보냈다.

● 우리가 잠든 사이 새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렸으면 좋겠다.

● 반란군이 중요 거점 한 군데를 벌써 점령했습니다.

● 나는 자문해 보았다. '11월, 달력의 마지막 장인가?' 나는 '아니다'라고 거부 하였다.

● 아껴 감으로써 보다 높은 생명에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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