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의 새로운 섹션 이름에 대하여

이런 저런 이야기 2005. 5. 21. 02:01


한겨레신문이 벌써 창간 17돌이 되었네요. 내가 대학에 다닐 때 창간 되었는데 벌써 17년이라니... 세월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아직도 대학졸업한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한겨레가 창간 17돌을 맞이해서 새롭게 변신하면서 수, 목, 금요일 섹션의 이름을 36.5°, 100°, 18.0°으로 했더군요. 사람의 체온, 물이 끓는 온도, 두뇌활동이 가장 활발한 온도... 일반인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과학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저의 입장에서는 이 이름에는 문제가있습니다. 문제점이 보이시나요?한겨레에 조금전에 메일을 보냈습니다. 보낸 메일을 이곳에도 올려봅니다.

[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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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의 새로운 섹션 이름에 대하여

중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입니다. 한겨레신문의 창간 17돌을 축하드리고 새롭게 변신한 한겨레를 잘 보고 있습니다. 새롭게 바뀐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섹션을 보고 이렇게 글을 씁니다.


수요일은 따뜻한 지면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섹션 이름도 사람의 체온, ‘36.5°’로, 목요일에는 영화?방송?대중음악?공연에 여행?패션정보를 보탠 12면짜리 대중문화?스타일 섹션으로 ‘100°‘ 펄펄 끓는 감성을 전하고, 금요일에 발행하는 섹션은 두뇌활동이 가장 활발한 대기온도인 ’18.0°에서 따와 에세이와 담론, 책과 문학 이야기를 타블로이드판 32면에 모아 나오고 있습니다.

각 섹션의 의도와 각 온도의 숫자가 가지는 의미가 잘 부합되고 좋은 내용이 실리는 것을 봤는데 제가 제기하고자 하는 문제는 섹션의 이름입니다. 각 섹션에서 사용하고 있는 이름은 온도라고 하는데 사용하고 있는 단위인 도(°)는 온도의 단위가 아닌 각도의 단위입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온도의 단위로 표시한다면 ℃가 올바른 표현이겠지요.

저는 학생들에게 과학을 가르치면서 단위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거리를 이야기할 때 “1킬로 떨어져 있다”, 고기를 살 때 “1킬로 주세요”와 같이 말하는데 똑같이 ‘킬로’라고 하면 되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정확하게 ‘킬로미터’, ‘킬로그램’이라는 단위를 사용하라는 것이지요. 온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섭씨온도인 ℃를 단위로 사용하는데 미국에서는 화씨온도인 ℉를 사용합니다. 읽을 때는 둘 다 똑같이 ‘도(degree)’라고 읽습니다. 하지만 숫자를 보면 똑같은 도라고 할지라도 달라지게 됩니다. 사람의 체온을 36.5°라고 표현한다면 미국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을 냉혈동물로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36.5℉ = 2.5℃이니까요. 물론 어른들이야 그렇게 이해하지는 안겠지만 아이들의 경우는 다릅니다. 어린 아이들 중에서 한겨레를 보는 아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섹션의 이름은 그런 아이들에게 온도의 단위를 ℃가 아닌 °라고 가르치는 결과가 됩니다.

이 문제는 한겨레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문화방송도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아침 뉴스시간에 각 지역별 온도를 표시할 때 ℃가 아닌 °라는 단위를 쓰고 있습니다. 수정해 줄 것을 시청자 게시판에 올렸는데 담당자들은 게시판을 읽어보지도 않는 듯 수정되지 않고 계속되고 있더군요.

글이 앞뒤가 없이 마구 써진 듯 합니다. 하지만 위의 내용은 아이들에게 과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 중요한 내용입니다. 한겨레만큼은 꼭 수정해 줄 거라고 믿습니다. 혹시라도 문화방송관계자가 이 글을 본다면 문화방송도 꼭 수정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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